받은 편지함에서 이메일이 버티는 시간
받은 편지함이 붐비는 사람은 이메일을 위에서 아래로 읽지 않습니다. 제목을 보고 열지 말지를 정하고, 첫 두 줄을 보고 지금 볼지 나중에 볼지를 정하고, 급하면 마지막 줄로 건너뛰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찾습니다. 본문 한가운데 요청을 숨겨 두면 그 이메일은 세 번의 판단 중 하나에서 이미 버려집니다.
그래서 순서가 문체보다 먼저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가 제목에, 왜 필요한지가 첫 줄에, 언제까지인지가 본문 앞쪽에 있어야 상대가 이메일을 다 읽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목에 동사와 기한을 넣습니다
제목이 회의 관련이나 문의드립니다면 상대는 본문을 열어야만 용건을 압니다. 동사와 기한을 넣은 제목은 그 자체로 할 일 목록에 들어갑니다.
한 통에 요청은 하나로 좁힙니다
요청 두 개를 한 이메일에 넣으면 상대는 둘 중 쉬운 것 하나만 답하고 나머지는 답장을 미룹니다. 그 미룬 것은 상대의 할 일 목록에도 남지 않아서, 결국 다시 물어야 합니다.
정말로 여러 건을 한 번에 물어야 한다면, 이메일을 나누는 대신 본문 안에서 번호를 매기고 각 항목에 기한을 따로 답니다. 가장 급한 항목은 맨 위로 올리세요. 상대에게 우선순위를 대신 정해 주는 편이, 하나만 답하고 넘어갈 여지를 주는 것보다 답장을 더 빨리 부릅니다.
이메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계산에 넣습니다
이메일에 들어가는 시간은 만만치 않습니다.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2012년에 낸 보고서 『소셜 이코노미』에 따르면, 지식노동자는 업무 시간의 28%를 이메일 처리에 씁니다. 그 뒤로 갱신된 조사가 없어 지금도 업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준점입니다.
그 28%의 상당 부분은 쓰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찾는 시간입니다. 제목과 첫 줄에 용건을 앞세우는 습관 하나가 내가 쓰는 시간보다 상대가 그 이메일을 이해하는 시간을 먼저 줄여 줍니다.
배경은 판단에 필요한 만큼만, 나머지는 링크로
배경 설명이 길어지는 이유는 대개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 요청을 하는지 정당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정당화는 상대의 판단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결정을 내리는 데 실제로 쓰이는 사실만 남기세요.
표나 지난 대화 인용, 상세 수치처럼 길어질 수밖에 없는 자료는 본문에 붙이지 말고 링크나 첨부로 돌리세요. 본문은 결정에 쓰이고, 첨부는 검증에 쓰입니다. 둘을 섞으면 본문이 검증 자료가 되어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마무리 문장은 상황마다 다르게 씁니다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마무리는 예의는 지키지만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회신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언제까지인지가 마무리 문장에 있어야 상대가 이 이메일을 지금 처리할지 나중으로 미룰지를 정확히 판단합니다.
| 상황 | 마무리 문장 | 이유 |
|---|---|---|
| 회신이 꼭 필요할 때 |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답 주시면 됩니다 | 안 쓰면 상대가 알겠다는 뜻인지 나중에 보겠다는 뜻인지 헷갈립니다 |
| 회신이 필요 없을 때 | 확인만 하시면 됩니다. 회신은 불필요합니다 | 안 쓰면 상대가 형식적인 답장을 만들어 서로의 시간을 씁니다 |
| 결정을 미루고 싶을 때 | 다음 주 화요일까지 검토 부탁드립니다 | 기한 없는 요청은 뒤로 밀립니다 |
자주 묻는 질문
느낌표나 이모티콘을 써도 되나요?
상대와의 관계와 조직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처음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요청하는 이메일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로 제한하고 이모티콘은 빼는 편이 안전합니다. 느낌표가 여러 개면 급함이 아니라 감정으로 읽히고, 요청하는 쪽이 감정을 드러내면 상대는 그 감정에 먼저 반응하느라 정작 요청을 놓칩니다. 몇 번 주고받으며 상대의 어조를 확인한 뒤라면 그때부터 맞춰도 늦지 않습니다.
참조(CC)에는 누구까지 넣어야 하나요?
결정에 관여하거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만 넣습니다. 그냥 알아 두면 좋을 사람을 습관적으로 추가하면, 받는 사람은 이 이메일에 자신이 답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정말 알려만 주고 싶다면 본문 끝에 참고로 공유드립니다 한 줄을 넣고 참조는 비워 두는 편이 더 명확합니다. 참조가 늘어날수록 각자가 서로에게 미룰 여지도 함께 늘어납니다.
메신저로 빨리 물어볼 수 있는데, 굳이 이메일을 써야 하나요?
결과가 나중에 다시 확인돼야 하는 요청이면 이메일을 씁니다. 승인, 일정 변경, 여러 사람이 같은 내용을 봐야 하는 공지가 여기 해당합니다. 메신저 대화는 스크롤 몇 번이면 묻히지만 이메일은 검색으로 다시 찾을 수 있고, 누가 언제 무엇에 동의했는지가 그대로 남습니다. 지금 당장 답을 듣고 넘어가면 되는 질문이라면 메신저가 더 낫습니다. 판단 기준은 형식이 아니라 이 요청이 나중에 근거로 필요한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