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를 열기 전에 합의할 한 문장
회고 문화의 고전인 노먼 커스의 <프로젝트 회고>(2001)는 회고를 시작하기 전에 전원이 한 가지 전제에 합의하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발견하든, 각자가 그때 알던 것과 가진 기술, 주어진 자원과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입니다. 회고 기본 지침(Prime Directive)이라고 불리는 문장입니다.
이것이 형식적인 덕담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회고가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는 자리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문제를 말하는 대신 숨기기 시작합니다. 다음 회고부터는 진짜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습니다. 비난 금지는 착해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회고에 쓸 데이터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Keep, Problem, Try, 세 칸의 역할
KPT는 애자일 선언 공동 저자인 앨리스터 코번의 회고 워크숍 구성(계속할 것, 반복되는 문제, 다음에 시도할 것)에서 나와 일본 개발 커뮤니티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한 틀입니다. 칸이 셋뿐이라 처음 하는 팀도 진행을 따로 배울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 Keep: 계속하고 싶은 것. 잘된 일과 그 이유를 적습니다.
- Problem: 반복되는 문제. 사건 하나가 아니라 패턴을 적습니다.
- Try: 다음 기간에 시도할 것. Problem에서 골라 실험으로 바꿉니다.
Keep을 먼저 하는 이유
잘된 것부터 말하는 이유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잘된 일의 대부분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반복 가능한 행동인데, 명시해 두지 않으면 다음 기간에 소리 없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공유 채널에 빨리 올렸더니 대응이 빨랐다면, 그것은 칭찬거리가 아니라 유지해야 할 프로세스입니다.
Keep이 매번 비는 팀은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 다음에도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면 전부 Keep입니다.
Problem은 사람이 아니라 방식을 겨눕니다
같은 문제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회고가 살거나 죽습니다. 이름이 주어인 문장은 비난이 되고, 방식이 주어인 문장은 개선 대상이 됩니다. 형용사를 걷어내고 측정할 수 있는 사실로 바꾸는 것도 요령입니다.
Try는 다짐이 아니라 실험입니다
회고가 말잔치로 끝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소통을 더 잘하자, 꼼꼼히 챙기자 같은 Try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좋은 Try는 실험의 꼴을 갖춥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확인할지가 있어야 다음 회고에서 계속할지 버릴지 판정할 수 있습니다.
개수도 중요합니다. Try를 다섯 개 뽑는 팀은 보통 하나도 못 지킵니다. 가장 아픈 Problem 하나를 골라 실험 한두 개로 좁히세요. 회고를 거듭할수록 팀에는 검증을 통과한 규칙이 하나씩 쌓입니다. 그게 회고의 산출물입니다.
60분 진행표
처음 도입하는 팀 기준으로 60분이면 충분합니다. 붙임 쪽지든 공유 문서든, 각자 조용히 적는 시간과 함께 보는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 시간 | 하는 일 |
|---|---|
| 처음 5분 | 지난 회고의 Try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 |
| 10분 | Keep 각자 적기, 이어서 함께 읽기 |
| 20분 | Problem 각자 적기, 비슷한 것끼리 묶고 가장 아픈 것 투표 |
| 20분 | 뽑힌 Problem을 Try 실험으로 바꾸기(담당, 기한 포함) |
| 마지막 5분 | 기록 정리, 다음 회고 날짜 확정 |
자주 묻는 질문
회고는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좋나요?
스프린트로 일하는 팀은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아니면 2주에 한 번이 무난합니다. 큰 사고가 났을 때만 회고를 열면 회고가 문책과 같은 말이 되어 버립니다. 평소에 짧게 자주 하는 팀일수록 문제가 작을 때 잡습니다.
원격 팀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같은 문서를 열어 놓고 각자 적는 시간을 타이머로 명시적으로 구분하면 대면과 거의 같게 돌아갑니다. 조용한 팀이라면 적는 단계는 익명으로 하고 토론부터 이름을 여는 방법도 있습니다. 화상 회의의 침묵이 어색해서 적기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 원격 회고의 가장 흔한 실패입니다.
매번 같은 Problem이 나옵니다.
원인은 둘입니다. Try가 실험으로 내려가지 못해 아무것도 안 바뀌었거나, 팀 권한 밖의 문제라 회고로 풀 수 없는 것이거나. 앞이라면 Try를 더 작게 쪼개고, 뒤라면 회고 기록에 팀 밖 이슈로 표시해 권한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까지를 회고의 일로 삼으세요. 같은 문제를 세 번째 적고 있다면 회고가 아니라 다른 채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