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는 내가 한 일이 아니라 후임이 물어볼 것입니다
인수인계 문서를 쓰라고 하면 대부분 자기가 담당했던 일의 목록부터 만듭니다. 그 목록은 쓰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순서가 없습니다. 후임이 이 문서를 여는 순간은 언제나 무언가에 막혔을 때이고, 그때 필요한 것은 전임자의 담당 범위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입니다.
그래서 목차는 거꾸로 뽑습니다. 내가 나간 다음 주에 후임이 검색창에 뭐라고 칠지, 누구에게 무슨 질문을 할지를 먼저 적고 그 질문들을 절 제목으로 세우는 것입니다. 질문 예닐곱 개만 모아도 문서의 뼈대가 잡히고, 그 뼈대 어디에도 안 걸리는 내용은 대개 안 넣어도 되는 내용입니다.
넘기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 권한과 창구입니다
업무 자체에 대한 설명은 대개 사내 문서나 지난 기록에 이미 있습니다. 정작 사라지는 것은 그 업무를 실제로 굴리는 데 필요한 부속물입니다. 어느 계정으로 들어가는지, 승인은 누가 하는지, 이 일이 막히면 어느 부서에 전화하는지. 아래 다섯 범주로 나눠 훑으면 빈 칸이 눈에 보입니다.
| 범주 | 적을 것 | 빠지면 생기는 일 |
|---|---|---|
| 지금 굴러가는 일 | 진행률과 다음 한 걸음, 마감일 | 후임이 마감을 지난 뒤에 알게 됩니다 |
| 반복 일정 | 주기와 기한,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 월 단위 업무가 한 달 뒤에 통째로 누락됩니다 |
| 접근 권한과 계정 | 어떤 권한이 필요하고 누가 주는지 | 첫 주가 권한 신청으로 지나갑니다 |
| 사람과 창구 | 무슨 일로 누구에게 연락하는지 | 한 줄이면 될 확인에 이틀이 걸립니다 |
| 결정 이력 | 지금 방식으로 정한 이유 | 이미 실패한 방법을 후임이 다시 시도합니다 |
두 사람이 빠지면 멈추는 프로젝트가 3분의 2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쪽에는 트럭 지수(truck factor)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몇 명이 갑자기 빠지면 프로젝트가 굴러가지 못하는지를 세는 숫자인데, 이름의 유래가 트럭에 치이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입니다. 한 연구진이 2016년에 이 값을 자동으로 추정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깃허브에서 인기 있는 프로젝트 133개에 적용했습니다(Avelino 외, ICPC 2016). 그중 65%가 트럭 지수 2 이하였습니다. 두 사람만 빠지면 멈춘다는 뜻입니다.
이 조사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했으니 회사 조직에 숫자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상은 참여자가 많은 인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사람 수가 적어서 생긴 편중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적어서 생긴 편중이라는 뜻입니다.
인수인계 문서는 그 편중을 사람이 나가기 전에 낮춰 두는 방법 중 가장 싼 쪽입니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다음에 쓰기 시작하면 남은 시간은 보통 몇 주뿐이고, 그 안에 떠오르는 것은 최근 몇 달의 일뿐입니다. 반년에 한 번씩 30분만 들여 갱신해 두면 마지막 주에 쓸 것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입니다
절차는 문서에 남습니다. 그 절차를 그렇게 정한 이유는 사람과 함께 나갑니다. 그래서 후임은 반년쯤 뒤에 이상해 보이는 규칙을 하나 발견하고, 합리적으로 그것을 고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이 왜 있었는지를 사고로 알게 됩니다.
막는 방법은 비싸지 않습니다. 항목마다 이유를 한 줄 붙이면 됩니다. 특히 예외적으로 보이는 규칙, 남들과 다르게 하는 부분,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것에는 반드시 붙입니다.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 규칙이 있다면 그것도 그대로 적어 두세요. 후임이 그 규칙을 바꿔도 되는지 판단할 때,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재료가 됩니다.
마지막 절은 아직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완결된 인수인계는 거의 없습니다. 답을 못 찾은 문의, 절반만 옮긴 자료, 물어봐야 하는데 담당자가 자리에 없는 건이 항상 남습니다. 이것들을 문서에서 빼면 문서는 깔끔해지고, 후임은 그 구멍을 몇 주 뒤에 혼자 밟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절의 제목은 아직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항목마다 누가 언제까지 마무리할지 붙이고, 맡을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정해지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이 절이 있으면 후임은 자기가 모르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고, 없으면 문서에 적힌 것이 전부라고 믿습니다. 마지막 절이 비어 있는 인수인계 문서는 대개 잘 쓴 문서가 아니라 아직 다 쓰지 않은 문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인수인계 기간이 일주일뿐입니다. 무엇부터 쓰나요?
권한과 창구부터 씁니다. 업무 설명은 후임이 시간을 들여 읽으면 따라갈 수 있지만, 계정이 없으면 읽을 화면 자체가 없습니다. 그다음이 이번 달 안에 기한이 걸린 건이고, 반복 일정은 그다음입니다. 배경과 결정 이력은 마지막에 남는 시간만큼만 씁니다. 순서를 반대로 잡으면 가장 급한 칸이 빈 채로 마지막 날이 옵니다.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지금 써도 되나요?
정해지지 않은 편이 오히려 낫습니다. 특정한 사람을 떠올리며 쓰면 그 사람이 알 것 같은 부분을 생략하게 되는데, 그 짐작이 대개 틀립니다. 받는 사람을 이 일을 처음 맡는 사람으로 두고 쓰면 생략이 줄어듭니다. 나중에 후임이 정해지면 그 사람에게 맞춰 덜어내는 편이, 빠진 것을 채워 넣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계정 비밀번호도 문서에 적나요?
적지 않습니다. 인수인계 문서는 여러 사람이 열고 오래 남는 문서라, 비밀번호가 들어가는 순간 그 계정은 사실상 공개된 것과 같습니다. 문서에는 어떤 계정이 필요한지, 권한을 누가 주는지, 어디에서 신청하는지만 적습니다. 자격 증명 자체는 회사가 쓰는 비밀 관리 도구나 관리자 계정을 통해 넘기고, 문서에는 그 경로만 남깁니다.
다 쓴 문서가 쓸모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내가 아직 자리에 있는 동안 후임이 문서만 보고 실제 업무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보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질문이 곧 문서의 빈칸이니, 대답해 주고 넘어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문서에 넣습니다. 후임이 아직 없다면 이 일을 잘 모르는 동료 한 명에게 읽히고 걸린 곳을 표시해 달라고 하는 것으로도 절반은 잡힙니다.